우결이 대본대로 하는 연극이라고?

2008. 10. 27. 22:15
얼마전 우결의 개편 이후로 또다시 인터넷이 시끄럽다. 새로 투입된 커플들 때문이다. 앤디-솔비 커플이 하차하면서 이전에 추석 특집에서 처음 선보였던 마르코-손담비, 환희-화요비 커플이 새로 투입되었다. 벌서 한달이 지난 지금 10월 26일 방영분에서는 2주간의 개미투어에 이어 각자의 신혼 생활로 돌아간 모습을 보여주었다.

알렉스-신애 커플은 여전히 한가한(?) 알군이 신애를 위한 깜짝 여행을 준비하였으나 방송 분량이 전보다 '매우' 적어져서 좀 아쉬웠다. 하긴 5커플이 출현하는데 시간이 모자를만 하다.

알신커플

언제나 어디서나 좋아보이는 모습 :)


여담으로 기존 네 커플에서 추석 특집때 반응이 좋았던 두 커플을 투입한걸 보면 다섯 커플들의 경쟁 체제로 가는듯 하다. 실제 방송 분량을 보면 다섯 커플은 무리가 있다. 시청자들은 화면속 커플들과 상황이 빠르게 바뀌니 혼란스럽고 각 커플에 대해 집중할 수 없다. 말 그대로 인기없는 커플은 조만간 하차를 기대해도 되겠다.

현중-황보 커플은 놀이동산에서 함께 시간을 보냈으며 이전보다는 둘의 관계가 좀더 친숙한, 나이차이 없는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커플은 현재 진행형이다. 제작진에서 일부러 화목을 깨뜨릴 변수를 넣지 않을때 까진 말이다. (분위기상 탄탄대로를 걷고있는 쌍추커플에 시련을 조만간 안겨줄 듯)

쌍추커플

그놈의 내기가 머라고.. ㅋㅋㅋ


환희-화요비 커플도 여전히 러브스토리 진행중이다. 환희가 성격이 조금 까칠하지만 화요비가 넉살이 좋아서 그런지 큰 트러블이 발생하지 않는다. (실제 연애에서도 서로 고집부리지 않고 양보해가면 트러블 생길 일이 잘 없다.) 우리 개똥이 화요비의 고차원(?)적인 성격과 환희의 알게모르게 챙겨주는 모습은 항상 다음을 기대하게 만든다. (아나 개똥이가 머야~~ ㅜㅜ)

환희요비커플

알콩달콩 러브스토리 진행중 :)


마르코-담비 커플은 선남선녀의 만남으로 주목을 받았으나 매회 진행될수록 마르코의 엉뚱함으로 인해 재미있는 양상을 보여왔다. 개미투어에서도 천진난만함을 많이 보여주었는데 이번주 방송에서는 천진난만함보다는 철없는 모습이 보였다. 마르코도 넉살좋고 대인관계가 원만한 호감형이기는 한데, 상당히 개인주의적이고 타인을 이해하지 못하는 성격을 보여주고 있다.

손담비도 투어에서는 까칠한 모습을 많이 보였지만 회가 거듭할 수록 남자를 제대로 이끌어 가려는 모습에서 좋은 점수를 주고 싶다. 문제는 마르코의 철없는 행동이다. 자신이 하고싶은 일은 다 하려면서 남의 말을 귀담아 듣지 않는 모습과 문제해결이 되지 않으면 애교를 부리고 안되면 드러눕는 행동은 마치 초등학교 저학년 아이를 보는듯 했다. (마르코 왜그러니~)

마르코담비커플

초딩 마르코, 엄마 담비. 어쩌려구...


크라운J-인영 커플도 시작은 좋았으나 끝은 최악이었다. 개미커플이 새집에 이사하는 이벤트로 진행되었는데 웬일로 제작진이 좋게좋게 해준다 했더니 끝내 등장하는 정형돈. 오래전부터 그의 이미지가 바닥을 기는것은 문제가 되었지만 이젠 그 이미지를 굳히려고 하는것 같다. 그런 역할을 일부러 맡아서 하는듯. 이미지를 생각하는 연예인이라면 그런 몰상식한 행동은 아무나 할 수 없다.

우결에서 최고참 커플이라고 새로운 시련을 던져주려는 제작진의 의도는 알겠는데 정형돈이 자꾸 끼어드니 서인영이 좀 안쓰럽기까지 하다. 마녀 인영보다 더한 악마돼지의 역할을 제대로 소화하고 있는데 개인적으로는 형돈의 진상짓을 보다가 채널을 돌려버렸다. 하지만 마지막 장면에 누군가 한명 더 출연시킬듯한 반전을 주고 프로그램을 마쳤는데 혹시 그 어떤 인물이 사오리가 아닐까 추측을 해본다. (머 예고편 보니 아닌갑더라 ㅋㅋ;;)

개미커플

돼지악마 출현. 다시 반전이?


현재 우결은 리얼을 지향한다. 가상의 결혼 생활을 이야기하고 있지만 그 속의 연기는 진짜이다. 방송 초기에도 진성호 PD와의 인터뷰를 보면 구성 20%에 리얼 80%의 비율로 진행한다고 했다. 이번주의 큰 틀을 잡아주면 나머지는 출연자들이 알아서 하는 것이다. 일부 시청자들의 의견처럼 대본, 각본대로 하는것이 아니다.

사실 이런 가상의 역할놀이를 100% 대본으로 진행할 수가 없다. 드라마에 출연하는 연기자들도 처음부터 끝까지 대본을 외우고 하던가? 물론 읽어보고 스토리를 이해하고 연기를 해야하지만 장면마다의 대본을 익히고 촬영도 순서없이 하는 경우도 많다. 이제껏 우결에서 보여줬던 역할들이 모두 100% 대본으로 진행한 연기였다면 출연진들 모두 연기대상줘도 문제 없겠다.

가상과 리얼 사이에서 시청자들이 혼란스러워 하는 점은 과연 저 행동들이 사실인가 연기인가 하는것이다. 이런 쟁점이 최초로 불거진 것은 형돈-사오리 커플이다. 정형돈의 게으르고 부인을 배려하지 않는 행동들이 정말 그의 본모습인지 의심스러운것이다. 항상 땍땍거리는 사오리도 약간 문제는 있었지만 그걸 대처하는 형돈의 자세는 게으름과 짜증으로 일관적이었다.

방송의 자막으로는 대한민국 남성들의 일반적인 모습이라고 보냈지만 제작진의 의도와는 달리 남자들의 공감대를 형성하지 못했다. 나도 남자고 이 프로그램을 쭉 봐왔지만 정형돈은 남성들을 대표하는 모델이 아니다. 오히려 이벤트과 교수 알렉스나 환희쪽이 더 많다고 생각된다. (알군은 모델로서 이상형으로 좀 쎄긴하다. 하지만 환희는 모델로서 충분하다.)

정형돈은 처음에도 그랬고 중간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런다. 게으름과 진상, 악마돼지란 이름을 달고다니는 나쁜 이미지의 역할만 하고 있다. 이런 프로도 악역이 필요하긴하다. 결혼생활이 항상 알콩달콩 재미있을수는 없으니까. 서로의 정과 사랑과 미래를 위한 같은 목표의식으로 이루어지는 결혼을 가상의 역할을 주입시켜 보여준다는 것이 처음부터 무리였다. 이런 연애 시뮬레이션같은 상황에 억지로 변수를 집어넣긴 해야하니 악역을 배치하는것이다. 악역으로서 이혁재는 까칠한 직장상사 또는 친구로서의 이미지로 볼 수 있었지만 정형돈은 주변 어디에도 맞추기 힘들다.

깊이 생각해보면 왜 하필 정형돈이 그런 진상역할을 계속 맡아오는지 궁금하다. 앞서 말했듯이 이미지가 중요한 연예인들이 이런 진상짓을 몇달동안 맡게 한다면 대부분 거절한다. 이미지도 나빠질 뿐더러 차후의 활동도 문제가 되기 때문이다. (신인때 누드화보 찍은 여자연예인들에 대한 최초의 이미지가 여전히 남아있는것을 생각해보면 쉽게 이해될것이다.) 어째서 정형돈이 이런 역할을 도맡아 할까?

혹시 정형돈이 이런 이미지를 굳혀가려고 하는것은 아닌가 생각이 든다. 욕과 비방으로 연예계를 전전했던 악평의 이미지 김구라처럼 어느 프로에서도 자신만의 캐릭터를 찾지 못했던 정형돈이 우결에서의 진상짓을 통해서 자신의 이미지를 찾았다고 생각하는건지. 아직도 아리송하다. 생각하기도 싫지만 이때까지의 행동들이 다 자기의 본래모습이라고 하면 경악할듯하다. 그런 이미지에 시집갈 사람이 누가 있겠나. 암튼 정형돈이 나올때 마다 오버하는거겠지 하고 볼 뿐이다. (무한도전에서도 정형돈의 집을 몇번 찾아갔었는데 그 때마다 집이 지저분하고 게으른 모습을 계속 보여서 그의 본래모습일지도...)

이런 논란에 이어서 최근에 발생한것이 마르코다. 처음부터 건실한 남자, 성격 털털한 남자, 몸좋고 성격 좋은 남자로 비춰졌지만 갈수록 천진난만함이 보였고 아이같은 모습이 나타났다. 그런데 이번 방송에서는 정말 애였다. 방송을 계속보면서 그냥 바로 철없다고 느껴졌다. 엄마 손담비, 아이 마르코. 외적으로는 몸좋고, 잘 놀고, 남자다우면서 애교가 많고 여자에게 잘하는듯 했지만 의외로 남성우월주의도 있고 남의 이야기를 잘 듣지 않는모습과 고집이 강한 모습에 정말 예측하기 어려운 캐릭터였다. 제작진이 철없는 모습을 요구했다면 정말 잘 골랐다. 의도한 연출인지 의도하지 않은 복병의 출현인지는 모르겠지만 앞으로 당분간은 육아일기가 될 것 같다.

가상의 틀에서 현실을 연기하는게 여간 어려운게 아니다. 컨셉을 정해줄 수도 있지만 하루이틀 연기한다고 해서 그런 캐릭터가 나오는게 아니다. 큰 주제 안에서 그들 나름의 생활 방식대로 생활하지만 나 혼자가 아닌 배우자가 있는 상태에서는 자신도 알지못했던 성격을 찾을수도 있다. 우결에서의 캐릭터는 연기하는것이 아니다. 대본대로 연극한다고 나오는것도 아니다. 결혼이란 틀 속에서 자기 기준으로 생각하고 행동하는 것들이 차츰 그들의 캐릭터를 만들어 가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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