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젠테이션? 고수따라하기!

2006. 11. 26. 15:30

"맞선 보실래요?"

프레젠테이션(PT) 기획제작ㆍ교육업체인 '굿디넷'의 조진영(37,여) 사장은 대뜸 맞선을 권했다. 맞선이라니. 프레젠테이션의 고수가 되고 싶다고 했는데...

"'프레젠테이션=파워 포인트'란 공식을 버리세요. 상대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 그게 PT입니다. 맞선은 짧은 시간 동안 자시을 알리고 상대의 마음도 열잖아요. 맞선도 일종의 PT인 셈이죠."

프레젠테이션. 직장인에겐 공포의 단어다.
상사에 대한 업무보고, 거래처를 상대로 기업 소개, 다른 회사와의 수주 경쟁 등 많은 업무의 성패가 PT로 판가름난다.개인은 PT능력은 인사고과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

취업전선에 나선 구직자에게도 프레젠테이션은 중요하다. 입사시험의 필수과목에 PT를 포함시키는 기업이 늘고 있다. 요즘은 영어 PT를 요구하느 곳도 많다. 공무원도 마찬가지. 중앙정부초부터 프로젝트를 유치하려는 지방자치단체, 예산을 확보하려는 정부기관 등 나열하면 끝이 없다.

조 사장은 업계에서 손꼽히는 고수다. 12년 동안 이 분야 컨설팅을 해 왔다. 지난해 11월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정상회의를 부산시가 유치할 때도 조 사장의 능력은 빛났다. 극찬을 받았던 부산시의 '유치경쟁 프레젠테이션'이 그의 작품이다.

프레젠테이션 지침서는 시중에 많이 나와 있다.
하지만 경험만큼 좋은 연습은 없다.
조사장이 제안한 방식 그대로 실전 프레젠테이션에 도전해봤다.
PT계의 최고수에게 배운 '프레젠테이션 잘하는 법'을 A부터 Z까지 공개한다.


++ 기획 vs 디자인

"'디지털 시티'란 무엇인가."
  첫날 조사장에게 받은 프레젠테이션 과제다. 일반인을 상대로 '우리 회사'가 건설하려는 디지털 시티를 소개하는 PT를 직접 준비해보란다. 한마디로 우리 집 '금송아지'가 어떻게 생겼는지 쉽고 재밌게 알려 보라는 주문. 일종의 홍보 프레젠테이션이다.
 
관련자료를 보니 항목별로 정리가 잘돼 있었다. 디지털 시티에서 경험할 수 있는 도시 관리 서비스, 방범 서비스, 상용 포털 서비스....
이걸로 제목을 뽑아 슬라이드에 한 장씩 담았다. 만들고 나니 20장 정도. 배경에 도시그림과 도표를 집어넣었다. 제법 그럴듯하다.

다음 날 아침.
"자료에 있는 말을 그대로 썼군요. 프레젠테이션은 관련 자료와 보고서 내용을 그대로 옮기는 게 아니에요."
"자료 정리가 잘 돼 있어서요. 있는 그대로만 쓴 건 아닌데..."
"이 PT의 청중이 누구라고 했죠. 도시에 관심있는 일반이이잖아요. 일반인이 도시 관리 서비스, 방범 방재 서비스 같은 제목을 보고 흥미를 느낄까요. 자동융설 시스템이 무슨 뜻인지는 알고 있나요."
"아...."

조 사장이 제안한 방법은 누구나 편하게 느낄수 있도록 '서술형 제목'을 활용하자는 것. 도시관리 서비스는 'U-CITY(유비쿼터스 도시)는 하나의 생명체입니다'.,  방범 서비스는 '안전한 생활을 보장합니다', 교통지능 시스템은 '어느 곳에서나 교통 흐름이 편안합니다'로 바꿨다.

"자료에만 의존하면 익숙한 용어에 얽매이게 돼요. 목차도 자기 편한 순서대로 나열하기 쉽지요. 대부분의 공무원, 직장인들이 빠지는 함정입니다."
서술형 제목이 늘 좋은 건 아니다. 서로 이해할 수 있는 상황이거나 내부 보고용이라면 어려운 한자어도 괜찮다. 상사가 좋아하는 단어를 활용하는 것도 방법이다. 관건은 청중이 누구냐이다.

경쟁 프레젠테이션(PT)은 특히 '전략'이 중요하다. '우리 회사에 맡겨 달라'고 외치며 설득해 경쟁자를 물리쳐야 하기 때문. 10년 전만 해도 경쟁 PT에선 '짜고 치는 고스톱'이 많았단다. 그러나 요즘은 조선, 건설 업계의 수천억 원짜리 프로젝트 수주가 PT로 결정되는 사례가 많다고 한다. PT실무자들이 느끼는 중압감이 클 수밖에 없다.

대형 급식업체인 A사는 올해 초 경남에 있는 대형 중장비 생산공장의 식당운영권을 따내야 했다. 경쟁사에게 빼앗겨서는 안 되는 상황이었다. A사 실무진은 예전에 사용한 PT양식에 공장 이름만 살짝 바꿔 넣는 식으로 프레젠테이션을 준비했다. 정 튀어야 한다면 동영상과 디자인, 도표 정도를 추가할 작정이었다.  조사장은 A사에 "처음부터 다시 하라"고 충고했다. 식사 납품가격만 앵무새처럼 읊어서는 승산이 없다고 판단했다. 공장 직원들이 '우리 입맛에 맞는 밥을 먹을 수 있겠군'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감성에 호소하는 전략을 짜는 데 포인트를 뒀다.

이때 주목한 것이 공장 특유의 남성적 분위기. PT의 설득 대상은 바로 '경상도 사나이'였다.
"딱딱한 청중일수록 감성을 공략해야 합니다. 음악은 역동적인 행진곡 대신 잔잔한 멜로디를 깔았죠. 어머니의 손맛을 핵심 제목으로 뽑았어요. 짜게 먹는 경상도 남자의 건강을 위해 순한 맛의 면 요리 코너를 만들겠다고 내세웠죠."
결과는 대성공. 큰 박수와 함께 사업권을 따냈다.

디자인을 할 때는 기본적인 규칙을 참고하는 게 좋다.
한글 글씨는 'HY헤드라인M'이나 'HY견고딕'을 쓰는 게 선명해 보인다. 영문은 'Arial'이나 'Tahoma'가 보기 편하다.
제목 글자는 최소 크기 28, 본문은 18~24 폰트는 돼야 눈에 들어온다. 강조할 내용은 노란색, 주황색 같은 따뜻한 색깔을 쓰는 게 좋다.

또 하나, 번호는 '3가지 비결','5가지 메뉴','7가지 법칙'등 홀수로 매겨보자. 사람들은 짝수보다 홀수의 법칙을 그럴듯하다고 여긴다.


++ 자신감이 신뢰를 만든다

불이 꺼진다. 사람들의 시선이 몰린다. 긴장되는 순간. 이번 프레젠테이션은 이상하게 떨렸다.
"디지털 시티는 유비쿼터스 환경으로 설계된 최첨단 광통신 인프라를 통해...."
가뜩이나 긴장했는데 조 사장이 자꾸 시계를 본다. 두리번거리더니 하품까지 한다. 멍하니 딴 생각에 잠긴 듯 보였다.
지루해하는 걸까. 말을 빨리 했다. 중요하지 않은 사례는 "읽어 보면 안다"며 지나갔다. 그래야 정해진 시간도 맞추고 덜 지루하게 할 것 같았다.

"일부러 그랬어요."
"네?"
"청중이 눈을 반짝이며 고개를 끄덕이면 누구나 신나죠. 즉흥적인 유머도 해요. 하지만 모든 청중이 관심을 보이는 경우는 흔치 않아요. 빨리 읽으면 무슨 말인지 더 모르죠. 자신감도 없어 보여요."
'읽어 보면 안다'는 절대 금물이란다. 그럼 인쇄물을 주지 왜 프레젠테이션을 하느냐는 것. 청중이 따분해할 때 유머를 던져 활력을 되찾게 하고, 컴퓨터 작동이 이상하면 적절한 코멘트로 어색한 분위기를 풀어야 한다. '생방송'에 임한 이상 모든 돌발 상황에 대비해야 한다.

중요한 프레젠테이션을 앞두면 누구나 떨린다. 노련한 기업 임원이라도 예외가 아니다. 한 대기업 임원은 발표 전날 조 사장을 찾아왔다. "불안하다"며 비법을 알려달라고.
"불안함의 가장 큰 이유는 내용을 확실히 모르기 때문입니다. 본인이 직접 추진한 프로젝트가 아니니까.
'이 내용은 내가 제일 잘 안다'는 자신감이 있어야 청중의 신뢰를 얻을 수 있어요."
'~하겠습니다''~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와 같은 말투는 피하는게 좋다. 딱딱한 말투, 예쁘게 꾸민 목소리는 청중의 인내심을 시험하는 요소. 청중은 자연스럽게 여유를 보이는 발표자에게 호감을 갖는다. 말 중간에 '음~'정도의 소리를 넣으면 자연스러워 보인다. 손은 배꼽 아래에 두되 강조할 대목에선 인상적인 동작을 취하는 것도 좋다. 손을 너무 올리면 긴장돼 보이고 너무 내리면 처져 보인다.

광고업계에서 PT의 여왕으로 통하는 D씨. '무대'에 오르면 먼저 청중을 향해 반색을 하며 '여기 왜 왔느냐'고 묻는다. 사람들은 잠깐 당황한다. 그는 "이제부터 제가 여러분의 궁금증을 해소해 드리죠"라고 웃는다. PT를 시작하기도 전에 게임이 끝난다. 프레젠테이션 초반에는 이처럼 시선을 모으는 퍼포먼스도 괜찮다. 마지막엔 인상적이고 의미심장한 멘트를 던져야 한다.

복장이나 손동작엔 '정석이 없다. 청중과 프레젠테이션 성격에 따라 다르다. 그 분야의 전문가라는 인식만 심어 줄 수 있으면 된다. 머리를 매만지는 행동은 '금기사항이다. 하지만 이런게 필요할 때도 있단다.
"남자들이 많은 건설업계를 상대로 할 때. 여성이 머리를 쓸어 올리는 동작이 호감을 얻을 때가 있어요. 단 신뢰를 잃지 않을 정도만. 자신감에서 나오는 신뢰를 주는 것, 그게 발표자의 최고 덕목입니다."



<프레젠테이션 평가 포인트>

1. 기획&디자인

청중의 눈높이- 표제는 쉽게 
       (예) 방범,방재 서비스-> 안전한 생활을 보장합니다.
       지능형 교통시스템-> 어느 곳에서나 교통 흐름이 편안합니다.
간결한 내용 - 문장을 줄이고 간단한 그림으로 표현
       (예) 범죄 발생시 자동 경보->도둑이 담을 넘으면 자동 경보가 울리는 그림으로 표현
나만의 전략 - 10분 발표로 3일간 기억될 인상적인 전략 만들기 
       (예) 청중이 지루해 할 때를 대비한 유머. 마지막 멘트는 웅변으로 처리


2. 발표

목소리 - 예쁜 척은 금물. 긴장한 듯한 높은 톤의 목소리도 금물, 평소와 같은 '담백한 목소리'가 최고, 중간중간 자연스럽게 '음~'하는 소리를 내는 것도 좋음
속도- 청중이 지루해 한다고 페이스에 말려들지 말 것, 상대가 알아들을 정도의 빠르기.
        강조할 부분은 천천히. 호흡조절잘해야.
태도- 발표 내용은 자신이 가장 잘 안다는 자신감, 자신감에서 신뢰가 나옴,
        손은 편안하게 배꼽 주위에 두되 강조할 때 인상적인 동작 보여 주기.


원문 출처 : 동아일보 주말에디션(2006년 8월 18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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